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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뭔가를 사 달라고 해서 이유를 물으면, 가장 말문이 막히는 대답은 아마 “친구들은 다 가지고 있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남들이 가진 게 부러워서 하는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부모가 되고 보니, 아이가 정말 좋아해서 원하는 때도 있고 친구들이 하는 놀이에 함께하고 싶은 때도 있습니다.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 그 뒤에 따라오는 “그럼 나는 친구들이랑 뭘 하고 놀아?”에 답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최근 중국에서 샤오톈차이(小天才, Xiaotiancai) 어린이용 시계와 카요우 카드가 화제가 되면서 이런 고민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습니다. 일본 부모들도 비슷한 고민을 합니다. 다만 아이들이 사 달라는 목록에는 게임기, 그리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게임 속 옷도 들어갑니다.
전화가 되는 시계인데, 아이는 왜 아쉬워할까
샤오톈차이는 중국의 어린이용 통신기기 브랜드입니다. 어른용 스마트워치를 작게 만든 제품이라기보다는, 통화와 위치 확인이 가능한 손목형 어린이 전화기에 가깝습니다. 부모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전용 앱을 설치해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연락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이런 시계를 살 때 위치 확인 기능이나 통화 품질, 배터리가 얼마나 가는지부터 봅니다. 아이는 “친구 추가할 수 있어?”를 먼저 물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시계를 서로 가까이 대 친구를 추가하고, 전용 채팅 기능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런데 중국 현지 취재에서 확인된 샤오톈차이의 이런 소통 기능은 같은 브랜드 시계끼리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브랜드의 시계로 일반 전화를 걸 수는 있어도, 같은 채팅에 그대로 끼어들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부모는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 주변에는 이미 그 시계로 연락하는 데 익숙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다른 제품이 더 저렴하고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있어도, 친구들이 쓰는 도구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쓰는 친구가 많아질수록 아이에게는 그 시계를 가질 이유도 커집니다. 다른 제품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것을 고르면 친구들과 똑같이 어울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선택의 폭을 좁힙니다. 가격과 기능만 비교하면 될 줄 알았는데, 같은 반 아이들이 무엇을 쓰는지도 고려해야 하는 셈입니다.
누군가 대놓고 “안 사면 같이 안 놀아”라고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특정 기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기기가 없는 아이는 끼어들기 불편해집니다. 그것만으로도 부담은 생깁니다. 연락할 수 있는 기기 하나를 고르려던 부모가 아이의 친구 관계까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카드는 훨씬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아이의 마음을 붙잡는 힘은 비슷합니다.
몇 년 전 베이징의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 마이 리틀 포니 카드 세 팩을 샀습니다. 두 팩은 각각 2위안, 나머지 한 팩은 10위안이었습니다. 아이는 포장을 뜯자마자 희귀도 표시부터 살폈고, 원하는 카드가 없자 십여 장을 그대로 버렸습니다.
같은 시기 카요우 매장에는 카드 앨범을 들고 와 서로 교환하는 아이들도, 한 상자를 통째로 사서 한 팩씩 뜯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평범한 카드는 이미 많은데, 정작 갖고 싶은 한 장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카드 팩을 사다 보면, 이 취미에 얼마가 들지 부모도 미리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좋아하는 장난감은 사 주고 나면 끝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카드는 몇 번을 사 줘도 아이가 친구 손에 있는 그 한 장을 계속 마음에 두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사 달라고 할 때마다 드는 돈은 몇 위안, 십여 위안 정도로 크지 않습니다. 이제 그만 사야겠다고 부모가 생각할 때도 친구들은 여전히 카드를 사고 바꾸고 있을지 모릅니다. 집에서 정한 예산과 아이가 날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현실 사이에 틈이 생깁니다.
일본 부모도 친구 때문에 게임기를 사 준다
일본에서도 이런 부담이 꼭 희귀 카드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임기 한 대를 두고도 부모는 오래 고민합니다.
고시가야시가 2018년에 공개한 소규모 부모 설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과 남편 모두 게임을 좋아하지 않고 아이에게도 게임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는 한 부모는, 주변 친구들이 온통 게임 이야기만 하니 더는 고집하기 어렵다고 느껴 결국 스위치를 샀다고 합니다.
한 가정의 선택일 뿐이지만, 부모가 왜 마음을 바꾸게 되는지 잘 보여 줍니다. 갑자기 게임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아이 주변의 친구들을 계속 모른 척하기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게임기를 사고, 친구와 같은 게임을 사고, 일부 게임은 온라인으로 함께 하려면 구독료도 내야 합니다. 그래도 이런 지출은 눈에 보입니다. 사 주기로 하면 얼마가 들지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게임기도 샀고 게임도 무료로 할 수 있는데, 아이가 여전히 돈을 쓰고 싶어 할 때입니다.
2020년 일본의 엄마 타푸리쿠는 육아 만화에 이런 일을 그렸습니다. 스위치로 포트나이트를 하던 아들이 갑자기 계정을 지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이유를 묻고 나서야 알게 된 사정은 이랬습니다. 학교 친구들은 돈을 주고 산 의상이나 동작을 자꾸 보여 주는데, 자신은 한 번도 결제한 적이 없어 속상하고 더는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엄마는 게임 결제 문제라면 아이가 좀 더 큰 뒤에나 겪게 될 줄 알았습니다. 우는 아들을 보니 세뱃돈으로 사는 건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빠는 결국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엄마는 아이가 산타에게 편지를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소원은 게임에서 돈을 쓸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래 마음에 남는 건 그 부탁의 행방입니다. 부모가 허락하지 않으니, 아이는 산타에게 부탁한 것입니다.
포트나이트는 닌텐도가 만든 게임이 아닙니다. 스위치를 비롯한 여러 기기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기본 플레이는 무료입니다. 이런 스킨을 산다고 캐릭터가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게임을 하는 데는 사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안 사도 된다”와 “다들 가지고 있어도 나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부모도 게임 속 옷이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런데 아이가 친구들과 비교하는 건 바로 그 눈에 보이는 차이입니다. “게임하는 데 지장 없잖아”라는 말은 틀리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속상한 마음이 바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쓰는 돈도 있다
비슷한 시기 인터뷰에 응한 일본의 한 현직 교사는 더 난감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어서 게임 아이템을 사 같은 반 친구에게 선물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2024년 어린이 경제교육 분야에서 일하는 야기 요코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옵니다. 친구에게 아이템을 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지나치다 싶을 만큼 거듭 선물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게임에서 돈을 쓰는 데 대한 규칙이 집마다 다르니, 그 차이가 친구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좋아하는 물건을 사 달라는 부탁보다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게임 결제를 못 하게 한다고 해서 친구들도 함께 돈 쓰기를 멈추는 건 아닙니다. 반대로 결제를 허락한 집에서는 그 돈이 결국 같은 반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는 데 쓰이는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만으로 일본 아이들이 대체로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부모들이 걱정하는 또래 관계의 부담이 실제로 있고, 중국이나 어느 한 브랜드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샤오톈차이는 일부 소통 기능을 같은 브랜드의 기기 안에서만 쓸 수 있게 합니다. 무작위 카드 팩은 원하는 한 장이 나올 때까지 자꾸 사게 만들고, 게임 스킨은 캐릭터의 모습을 친구들과 비교하게 만듭니다. 돈을 쓰고 싶은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집에서는 결국 같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사 줘도 될까?
실물 카드도 아이들의 친구 관계에 끼어든다
일본에서도 실물 카드가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한몫할 때가 있습니다. 포켓몬 카드는 모으기만 하는 카드가 아니라,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결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한 일본 엄마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사실 카드 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카드를 맞춰 두었다고 썼습니다. 친구들과 할 이야기가 없어지는 건 싫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브랜드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아이가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물건에 부모가 왜 돈을 쓰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인기 카드는 어른들의 수집이나 되팔기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2025년 8월 일본 맥도날드가 어린이 세트에 포켓몬 카드를 증정했을 때는 많은 매장에서 첫날 준비한 카드가 모두 나갔습니다. 이후 대량 구매와 음식 폐기 문제도 불거졌고, 맥도날드는 대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아이가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을 어른들까지 앞다퉈 사 가면, 부모는 재고를 찾아다니고 줄까지 서야 합니다. 친구들 사이의 소비와는 별개로, 어른들의 수집과 되팔기가 부담을 더하는 셈입니다.
저도 일본에서 아이에게 실물 장난감이나 어떤 것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장난감을 자주 사 줍니다. 평소에는 대부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지는 않다고 느낍니다. 일상적인 구매와 인기 상품을 둘러싼 경쟁을 같은 이야기로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의 친구들이 마침 그 물건 이야기만 하고 있다면, 부모가 남의 일처럼 가볍게 “그럼 안 사면 되지”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부모가 걱정하는 건, 사 줘도 또 다음이 있다는 것
우리도 어릴 때 스티커를 바꾸고 누가 더 새 장난감을 가졌는지 비교했습니다. 요즘 부모를 힘들게 하는 건, 친구들끼리 비교할 때마다 돈을 더 쓰게 되는 상품과 서비스가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게임기를 사 주고 나면 친구가 새로 산 게임이 갖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게임을 즐길 수 있어도 새 의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좋아하는 카드를 뽑았는데 친구에게는 더 희귀한 카드가 있습니다. 모든 아이가 끝없이 더 갖고 싶어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 아이가 어디쯤에서 만족할지는 부모도 미리 알기 어렵습니다.
“다른 집은 사 줘도 우리 집은 안 사 줘”라는 규칙을 정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규칙을 지키려면 부모가 예산을 설명하고, 아이의 실망한 마음을 달래야 합니다. 때로는 돈을 더 쓰지 않으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데 기꺼이 돈을 쓰고 싶습니다. 친구를 사귀는 데 돈이 전혀 들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도 압니다. 지치는 건 작은 물건 하나에 가격보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따라올 때입니다. 안 사 주면 아이가 친구들 앞에서 난처해지지는 않을까?
사 주겠다고 말하기 전, 부모는 그저 이번에 아이가 조금 더 기뻤으면 하는 마음일지 모릅니다. 다음에는 언제, 무엇을 사 달라고 할지, 계산하는 순간에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참고 자료와 범위
아래 가정의 경험담과 인터뷰는 개별적인 상황을 보여 주기 위한 자료이며, 이런 일이 전국적으로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실물 카드에 관한 부모의 경험담에는 브랜드가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일상적인 장난감 구매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의 개인적인 관찰입니다.
이름에 관하여: 이 글에서 다루는 것은 중국 브랜드 샤오톈차이(小天才, 로마자 표기 Xiaotiancai)입니다. 해외에서는 관련 브랜드 imoo도 판매되지만, 여기서 설명하는 중국 내 소통 기능이 모든 imoo 모델과 시장에 똑같이 적용된다는 뜻은 아닙니다.